미국여행3일 루트

(자전거 타고) 유니온스퀘어 근처 숙소 ▶  피어빌딩 ▶ 피어39, 피셔맨스와프 ▶ 금문교 ▶ 소살리토



이 날은 민경이와 나의 미국여행 중 가장 힘들었던, 그러면서도 가장 보람찼던 날이다.


일단 하루 여행기를 소개하기에 앞서 말하자면, 

평소 운동하지 않는 성인 여성의 체력으로 

자전거를 타고 금문교를 건너 소살리토까지 가는 것은 '매우 힘들다.' (나는 죽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여행 전에 그게 얼마나 힘든지 몰랐고, 

자전거 타고 소살리토까지 여자들도 많이 다녀온다는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의 말에 덜컥 도전하게 되었다. 

마침 숙소에서 자전거도 비교적 저렴하게, 시간제한 없이 대여할 수 있었다. 




(아직은 넘치는 체력으로 기념 사진 v^_^v)

아침을 먹고 10시 쯤 기분 좋게 자전거를 끌고 숙소를 나왔다.

자전거여행은 샌프란시스코 홀수 피어들의 첫번째인 피어빌딩부터 시작했다.




피어 빌딩 안은 나랑 민경이 취향을 저격했다. 여러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았다.

기념품 가게, 향신료 가게, 빵집 등등. 자전거는 밖에 묶어두고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다.


사진에 있는 표지판은 배들어오는 시간을 알려주는 건데, 주기적으로 화면이 뒤집어지면서 바뀌어서 엄청 신기했다 ㅇㅅㅇ!




오른쪽 하단에서 내가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아마 이 사진을 찍고 있었던 것 같다!

가게들 중에는 그 유명한 '블루보틀 커피'도 있다. 곧 한국에도 들어온다고 한다.

사실, 커피를 별로 안 좋아하는 나는 깔끔한 블루보틀 로고랑 다양한 기념품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유명하다고 하니까 먹어보려고 테이크아웃했당




피어빌딩 뒤편에 나가서 은문교를 보면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블루보틀 커피 말고 빵도 샀다.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바닷가이다. 낮의 햇살과 바다가 너무 예뻐서 영상으로 남겼다.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금문교가 있다면 은문교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를 연결하는 다리이다.

위쪽과 아래쪽 다리로 서로 다른 방향의 차들이 지나다닌다.




와플, 크로와상, 해쉬브라운 ♡ 예쁜 경치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점심먹기!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길은 어렵지 않다. 바닷가를 따라 계속 가다보면 어제 들렀던 피어39, 피셔맨스와프를 차례로 만난다.

그리고 피셔맨스와프 쯤 가면 자전거 대여소가 많기 때문에 라이딩 하는 무리가 급 늘어난다. (사람조심) 




피셔맨스와프를 조금 지나자 바다가 좀 더 잘보였다.

바다 앞에 펼쳐진 작은 잔디밭이 있어서 쉬어갈 겸 사진 찍었다.




영상에 나오는 여기를 지날 때부터 체력이 급 떨어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앞에서 엄청난 맞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슬슬 금문교 건너는 게 걱정되기 시작했다.

일단 금문교까지 생각보다 엄청 멀었다. 

열심히 밟았지만, 금문교는 가까워보이다가도 또 도착하려면 아직도 멀고 그랬다. 


또 금문교에 도착해도 문제였다.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다리 위에서도 맞바람 불면 어쩌지?

다리 위에서는 힘들다고 포기할 수 없으니 지금 미리 포기해야 하는게 아닐까' 하고 불안했다.




불안한 마음은 애써 덮어두고, 일단 긍정적인 마음으로 영상 남기기...ㅎ...ㅎ....




불안한 마음은 애써 덮어두고, 일단 긍정적인 마음으로 사진 남기기 ...ㅎ...ㅎ....



중간중간 쉬면서 꾸준히 밟았고, 결국은 금문교에 도착했다!


그리고 걱정했던 것과 달리 금문교 위에서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바람 방향이 일치해서

자전거로 다리를 건너는 게 훨씬 수월했다. 진짜진짜 다행이었다.

바람 방향이 자전거 라이딩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이번 여행에서 몸소 깨달았다.



(그래도 힘드니까 앉아서 쉬기)



다리 중간중간에 일자이던 다리가 둥글게 꺾이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은 바람이 진짜 세게 분다.

그 부분은 도저히 자전거 탄 채로 움직일 수가 없어서 사람들도 다들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간다.

민경이가 바람 때문에 자전거랑 같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라서 무서웠다고 할 정도이다!



온몸으로 바람 맞기~~~~


나는 추운 샌프란시스코 날씨에 자전거를 타면 더 추울 것 같아서 이 날 가져온 옷은 다 껴입었다. 

그런데 그 옷들이 다 니트 종류라서 땀흡수가 안 됐다. 한마디로 자전거 라이딩에는 최악이었다.

자전거 타실 분들은 땀 흡수 되는 따뜻한 옷을 입으시길!




드디어 건너 온 금문교! 야호 

우리가 이걸 '자전거'로 건넜다니 진짜 뿌듯했다.


차로 건너면 그 세찬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지 못했을 거고 

걸어서 건넜다면 너무 길어 지루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탈진... 

싸온 물도 다 떨어져서 진짜 그지꼴이었다. 

민경이랑 한 방울씩 나눠먹었다


근데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제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다 ^^!

소살리토까지 얼마나 가야하는지 몰랐으니까...




금문교 뿌시기!

할리우드 영화의 많은 cg팀이 샌프란시스코 실리콘 밸리 쪽에 자리잡고 있어서

금문교는 많은 영화에서 즐겨찾는 침몰 대상이라고 한다.

어쩐지 나도 미국영화에서 금문교 뿌셔지는 장면을 본 것 같아 따라해봤다.



그리고 또 열심히 달렸다...

사진에서는 다 웃고 있어서 이 날 우리의 힘듦을 어떻게 증명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이 때쯤 민경이는 슬슬 억지미소도 잃어서 표정이 안 좋아졌다ㅋㅋㅋ

나는 물론 그 전부터 죽어가고 있었다. 



그 때 마주친 한 풍경이 우리를 힘나게 만들었다




진짜 꿈에나 나올법한, 그림같이 예쁜 마을이었다.

없는 체력을 갈아서 여기까지 온 것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풍경을 지나치지 못하고 들러서 사진을 찍었다.

소살리토 안에 들어가도 예쁘기는 하지만, 너무 가까이서 보면 그 진가를 알 수 없듯이 

밖에서 본 이 모습이 가장 알록달록 예쁜 것 같다.





배타는 곳 앞에서 자전거를 맡기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소살리토에 가면 꼭 베니스 피자를 먹으라고 추천해서 거길 갔다.


그래서 시킨 이탈리안 피자~

솔직히 말하면 원래 나는 피자를 좋아하고(피자는 웬만하면 다 맛이쪙) 

너무 힘든 상태여서 진짜 잘 먹긴 했는데, 

사장님이 그렇게 강추! 할 정도의 맛집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일반적인 피자 맛이었다.





Lappert's icecream 이 맛있다고 해서 쿠앤크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맛있었다!




피어빌딩으로 돌아가는 페리를 기다리다가 게스트하우스 같은 방 언니들을 만났다.

언니들한테 부탁해서 바다 배경으로 기념 사진 찍었는데 너무 마음에 든다 

민경이랑 나는 이날로 같은 고통을 나눈 사이가 됐으니, 기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





페리를 타고 다시 돌아온 피어빌딩에서 찍은 사진!
야경은 금문교보다 은문교가 훨~씬 예쁘다. 

예쁜 야경을 보면서 무거운 몸을 자전거에 싣고 마지막 힘을 짜내 숙소로 향했다.





이 날 나는 자전거 잡을 손등에 선크림을 깜빡하고 못 발라서 손등이 심하게 익었다.
손등이야 내 불찰이라 쳐도, 난생 처음 두피까지 햇빛에 익는 경험을 하게 됐다. 
강한 캘리포니아 태양 아래서 정신없이 자전거를 탄 탓이었다.

손등과 두피도 태우고, 체력도 다 소진한 자전거 여행이었지만 
여행 내내 이 날이 최고의 보람찬 날로 기억됐다.

내가 여행이 아니었다면 이 날 같은 여정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특별한 장소에 와있고 이 시간이 소중하다는 생각에 
없는 힘도 짜내서 최대한 더 많은 걸 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 길게 보면 인생의 매일매일이 소중하다.
인생을 여행같이 살라는 말은 하루하루를 특별히 여기고 감사하라는 뜻일텐데
일상 속 반복되는 날들을 보내다보면 그런 마음을 가지기가 참 쉽지 않다.

몇 달 전 이 날의 기억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조금 더 열정적으로 살아가기로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