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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시작했다. 

평생 다이어트에 관심 없던 내가 칼로리를 따져보기 시작했다. 

조금 덜 먹는 절제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래서 칼로리를 조금이라도 자제했을 때 나를 통제했다는 성취감이 큰 것 같다.

통제감 좋다. 근데 한발짝 뒤에서 봤을 때 이 다이어트가 향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TV에 나오는 20대 여자 연예인들은 하나같이 다 말랐다. 

최근에 한 걸그룹 멤버가 '걸그룹인데 뚱뚱하다' 라는 이유로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수지도 과거에 다리가 두껍다며 의도적으로 다리만 캡처한 사진이 돌아다녔었다. 

그는 다이어트 후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네티즌들은 '역시 살 빠지니 예쁘네' 라고 말하며 여자 연예인의 (깡)마름을 강요한다.

​연예인만 그런 강요를 받는 것이 아니다.


언제부턴가 나도 그 사회적 기준에 스스로를 맞추어, 내가 마르면 마를 수록 예쁘다고 생각해왔다. 

살집 있는 내 허벅지는 마르지 않았기에 결점이 된다. 종아리 라인이 매끄럽지 않은 것도 콤플렉스다. 

예쁜 옷을 발견해도 입었을 때 뚱뚱해보이면 절대 사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체중감량을 하는 데에 이르렀다.

나 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는 다이어트를 입에 달고 사는 친구들이 한 트럭이다.

'난 지금 살찐건데 말라야 예뻐'라는 말을 하는 친구는 여러 번 만났지만

 '나는 살 좀 쪄야 예뻐' 라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 번도 본 적 없다. 

극단적 다이어트 때문에 거식증,생리불순을 경험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이건 충분히 사회적 문제다...

우린 다 다른 형체로 태어났으면서 같은 형체를 이상형으로 바라보고 있다. 참 웃긴 일이다.



문제는 그 굴레에서 어떻게 벗어나야할지 모르겠다는 거다. 

주관적인 눈으로 내 육체를 바라보는 게 건강한 방식인 건 잘 알겠다. 

그런데 다른 건 몰라도 외모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갖는 건 참 어렵게 되었다.

사실 앞에서 말한 걸그룹 멤버가 한창 살쪘다고 욕먹을 때... 

그가 "왜 걸그룹은 다 하나같이 말라야 하나요?!"라고 말하면서 PO당당WER하게 활동하면 좋겠다고 속으로 응원했었다. 

나는 내 살들을 사랑하지 못하면서도 그 멤버는 그럴 수 있길 바란 건, 

마름에 대한 절대적인 사회적 선호가 좀 더 다원화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체중감량으로 그 선호에 순응하면서도 그 선호는 비정상적이라며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나는 비겁하다. 

나는 아직 마른게 예쁘다는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답답한 결론이지만 아마 나는 내일도 계속 적게 먹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렇지만 마른 몸이 정말 나에게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고민하려 한다. 

빠른 시일 내에 사회적 기준이 어떻든, 내가 당당하게 내 몸을 내세우고 사랑하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TV에서 다양한 외향의 여자 연예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