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액정 화면에서 읽는다면, 대여섯 번의 터치로 읽을 수 있겠다. 지하철 한 정거장에서 다음 정거장으로 가는 사이. 미니픽션 하나를 읽는다. 스크린 도어가 열리면, 내용을 음미하며, 환승역으로 갈아탄다. ... 시각적으로 무리가 가지 않기에, 순식간에 결정적 장면 안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잡아챌 것이다.

- 작품해설 中



빗소리몽환도는 주수자 작가의 '스마트소설'이다. 
스마트소설이 도대체 뭔가..? 책 표지에 태블릿pc 모양이 그려져 있어서 그 '스마트'인 것은 알겠다만, 

그래도 여전히 정확한 의미를 몰랐다. 


책을 펴자 단편소설이라 하기에도 짧은 소설들이 계속 됐다. 마치 인스타그램이나 페북에 올라오는 조금 긴 글 같았다. 모든 소설들이 다 끝나고 나오는 작품 해설에서야 스마트소설이 무엇인지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해설에 따르면, 스마트 소설이란 다매체 시대의 변화된 문학 환경에 맞춘 짧은 길이의 소설이다. 나도 알바하는 도중에, 집가는 길에 틈틈이 소설을 읽었는데 길이가 짧아 그렇게 읽어도 괜찮았던 것 같다.


책 속 주인공들은 환상과 현실의 차원을 넘나들고, 꿈과 깨어있는 상태도 경계 없이 체험한다. 

이를 테면, '빗소리 몽환도'의 공상호는 밤에 임산부 뱃속의 아이가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자신을 지우려는 엄마를 막아달라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공상호는 자신의 어릴적 기억을 떠올린다.
또 '붉은 달빛아래 저 들'의 주인공은 박제된 동물들이 다투는 목소리를 듣게 되고, 그 대화 내용에 비추어 현실 사회를 돌아 보게 된다. 

앞부분을 읽을 때는 좀 혼란스러운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 아리송한 기분으로 계속 책을 읽어나가며 과연 내가 진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절대적으로 진짜인가 돌아보게 되었다. 
놀이공원의 가짜 어트랙션들에 나의 환상을 부여해서 진짜인 양 즐겼듯이, 어쩌면 삶의 많은 것들이 나의 환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일 수 있다.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고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고, 요즘들어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이곳저곳 경계를 헤매며 생각을 넓혀가는 나에게 시기적으로 적절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