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진정한 신앙심이 어려운 이유



  테드 창은 ‘지옥은 신의 부재’를 통해 진정한 신앙심이란 ‘신의 존재와 그의 뜻에 어떠한 의구심도 갖지 않고 맹목적으로 믿는 자세’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주인공 ‘닐’은 결국 진정한 신앙심에 다다르는 데 성공했다. 인생의 큰 사건을 계기로 신에 대해 끝없이 고민했던 그의 삶은 무신론자인 나의 삶과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나의 삶을 그의 삶에 빗대어보며 무신론자인 내가 여태껏 진정한 신앙심을 갖기 어려웠던 이유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우선 ‘지옥은 신의 부재’는 사람들이 천사의 강림을 목격하고, 정기적으로 지옥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가상의 배경을 전제하고 있다. 신은 무조건 존재하므로 그 존재여부를 믿느냐 안 믿느냐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신을 완전무결하게 사랑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나라도 누군가 죽은 뒤 영혼이 천국으로 올라가는 (또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목격한다면 신의 존재를 당연히 믿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사는 현실에서 그런 일을 목격하기란 쉽지 않다.  


  둘째로, 나에게는 천국에 가야한다는 목표 의식이 없다. 닐은 평소에 신의 유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고, 죽어서 자신의 영혼이 향하는 곳이 어디든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닐이 살아가며 인생에서 겪었던 어려움, 그 중에서도 특히 그의 장애는 신이 내린 벌이라기보다 인간의 잔인함이 만들어내는 고난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내의 죽음은 이전에 그가 겪었던 다른 일들과는 달랐다. 천사의 강림으로 인해 천국에 가게 된 사라의 죽음은 분명히 신이 행한 일이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다시 만나기 위해 닐은 천국에 가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나는 아내의 죽음을 겪기 전 닐의 자세, 말하자면 anti-신정론에 가깝다. 세상의 선과 악은 모두 인간에 의해서 저질러지고 판단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신의 기준에 의해 규정된 천국과 지옥의 구분이 내게는 무의미하다.


  마지막으로, 인과성을 따르지 않는 신의 메커니즘에 거부감이 든다. 닐은 천상의 빛을 만나기 전까지 신이 행했던 아내의 죽음을 인과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결국 그가 천상의 빛을 만나고 깨달은 사실은 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세란 ‘신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상관없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주인공들 역시 초반에는 갑자기 없던 다리가 생겨난 일이라던가 천상의 빛을 목격한 일 등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들 속에서 신의 의도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천상의 빛 목격 이후 진정한 신앙심을 얻게 된 그들은 신의 존재와 사랑을 그 자체로 느끼고 받아들이게 된다. 나는 정의를 기반으로 선과 악이 구분된다고 생각한다. 정의로운 사람은 복되고 정의롭지 못한 사람은 벌을 받는 것이 나의 이상이다. 그러나 소설에서 묘사되는 신의 의도에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정의란 없다. 그러니 신에게 정의를 기대했다가는 원망이나 분노만 남을 것이다. 신은 조건 없이 사랑한 내게 고통으로 보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신의 사랑을 오롯이 깨달은 닐조차 지옥으로 떨어졌다. ‘정의’를 가장 우선시 하는 내게 이를 보장하지 않는 신의 메커니즘은 여전히 멀게 느껴진다.


  결국 나에게 중요한 것은 인간적 가치이고 그 중에서도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앙심을 가진 자들은 그 의지가 신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으면 되고 나처럼 인간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그 의지가 내재적으로 또는 주변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을 것이다. 다만 이 책을 통해 왜 신의 부재를 지옥으로 상정하는 지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가끔 무언가 설명하기 힘든 현상에 대해서 무조건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일보다 그저 받아들이는 일이 마음을 편하게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 2018-1학기 종교와문화 과제로 제출한 독후감